조실 부모한 동네 만석꾼 할아버지와 장남인 한량 목수 아버지 > 유복 그러나 적극성, 간절함 적음
여자 형제 여섯, 남자 형제 없음(출생 전후 질병으로) > 여성성 당연, 기대=부담
어려서부터 도청 소재지와 서울로 혼자 유학 > 가족, 고향에 대한 향수 강함
유순하고 세심(또는 소심)한 성격 > 마른 체형, 작은 목소리
공부에 큰 의지는 없었을 것으로 유추 > 그 시절 서울 유학생이었으나 4년제 대학 진학 안함
당시 공사였던 서울의 대기업에 취직. 그러나 퇴직, 이직
가난한 소작농, 월남전 파병 아버지 > 가정 내 어머니 발언권 쎔
여자 형제 하나, 남자 형제 셋. 여남남남여 중 첫째 > 그 시절 살림 밑천
어린 시절 총명하다 평 있었으나 학교 오래 못다님 > 미련
서울 구로공단 공장 취직 > 신분 상승 욕구
어쩌면 서로 전혀 반대의 환경과 성향인 두 사람이 만났다.
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야 잘 산다는 말도 있지만
가문과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그 만남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였을 것 같은 한 쌍을
그들 스스로도 그리고 그 주변인들도 잘 알고 있지 않았을까.
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을 맺어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둘 사이에 있었겠다는 생각을
내 나이 서른이 다 되서야 하게 됐었다.
(참 관심 없이, 아무 생각 없이 살았었다.)
여공으로 살던 중 만나게 된
지방에서 유학 와서 현장 실습을 나온 뽀얀 대학생이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였을까.
타지에서 외롭게 지내다가 만난 동향+동갑의 적극적인 여인이 얼마나 자극적인 존재였을까.
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던 상황에 있던 그 둘은
매일 하나였을 것이고 지내는 곳도 하나였을 것이다.
그리고 연을 맺어야 할만한 일이 생기게 되었고
그래서 어린 시절 내가 시골에서 보았던 결혼식 사진 속
잔뜩 부은 몸, 얼굴과 눈치 보는 표정의 어머니 모습이 이해가 된다.
누이의 생일보다 겨우 한 달 남짓 이른 결혼 기념일.
그것만 생각해봐도 충분히 유추 가능한 사건이었지만
XY염색체를 가진 내게 그건 관심 밖의 일이었다.
바라지 않던 아들의 혼인에 지원은 언감생심.
서로 다른 두 젊은 남녀와 XX소인은
연애 결혼이라는 당시에는 신식인 사람들이었고 서로 행복했던 반면에,
태어나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가난과 부담,
그리고 전혀 예상 못했던 핍박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환경에 대한 허탈함에
매일이 전쟁 같았을 수 있었겠다.
그런 그들, 특히 그녀에게 찾아 온 “달린 놈”은
“구세주” 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존재였으리라.
(실제로 어머니가 농담 삼아 “구세주”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.)
그렇게 액체 상태로 아버지 몸에 존재하던 나는
어머니 몸으로 이동해 구세주가 되었다.
